2024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단순한 판타지 설정을 넘어, 삶의 경계 위에서 흔들리는 한 여성의 정체성과 자존감, 성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주인공은 이중생활을 강요받는 히어로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현실적인 취준생 이미진. 하지만 어느 날, 그녀는 ‘낮에는 임순, 밤에는 이미진’이라는 두 얼굴의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엔, 집 앞 우물에 나타난 고양이로부터 이야기는 전개되어 갑니다.
1. 실종된 이모 ‘임순’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낮의 삶과 밤의 미진
주인공 이미진은 8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며 삶의 끝자락에 매달린 20대 청춘입니다. 그녀의 주변은 저마다 삶을 ‘진행 중’이지만, 그녀는 혼자만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낮에는 50대 여성으로 변하게 되고, 밤이 되면 원래의 20대 미진으로 돌아옵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그 ‘변화’를 삶을 바꿀 기회로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미진은 실종된 이모 임순의 이름으로 검찰청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합격하게 됩니다.
사무실 사람들은 처음에 ‘시니어 인턴’이라는 타이틀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중년의 인턴이라니... 괜찮을까?”라는 반응과 함께 어려운 과제를 주어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임순은 이 모든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숩니다.
정리 능력, 문제 해결력, 배려심, 관찰력, 협업까지…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검사 계지웅조차 임순의 활약에 감탄하며 점차 그녀를 신뢰하게 됩니다.
직장이라는 공동체에 소속되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경험하면서 미진은 처음으로 ‘능력 있는 나’로 존재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자신도 몰랐던 능력치들이 활약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꿈꾸던 삶은, 그녀 자신의 이름으론 허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미진을 괴롭힙니다.
밤이 되면 다시 미진의 얼굴로 돌아오면 낮 동안 경험한 ‘존중과 인정’은 이전의 자신과 너무도 다른 감정을 불러옵니다.
특히, 함께 일하는 검사 계지웅은 임순으로서의 그녀를 신뢰하고, 업무 파트너로서 존중해 주며 그녀에게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희망을 줍니다. 미진은 자꾸만 자문하게 됩니다.
- “임순이 잘한 건가, 내가 잘한 건가?”
- “그 사람이 받은 칭찬은… 진짜 나를 향한 걸까?”
- “결국, 내가 내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걸까?”
2. 미스터리의 중심에서 마주한 진실
드라마는 중반 이후, 예상치 못한 미스터리로 흐름을 전환합니다. 검찰청 내부에서 시작된 서한시 연쇄 살인사건이 처음엔 전직 병원장 백철규가 의심받지만, 수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납니다.
살인범은 다름 아닌 나옥희 미진의 인턴 동료이자, 과거 병원장의 아내를 죽인이후 진실을 은폐하려고 관련 인물들을 차례로 죽여간 것이었습니다. 그 피해자들 중에는… 검사 계지웅의 어머니, 미진이 임순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던 바로 그 이모, 임순도 포함되어 있었죠. 즉, 미진은 이미 죽은 이모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미진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그녀는 이모의 죽음 앞에서 모든 사실을 부모님과 계지웅에게 고백합니다
이후 미진은 스스로 인턴 자격을 반납하고,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미진이 아닙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갈 준비가 된, 낮과 밤 사이에서 진짜 자아를 마주한 미진은 비로소 세상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그러면서 임순이 나타나 작별을 고합니다
- 이제 니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좀 막막하네.
- 지금까지처럼만 하면 된다. 내가 한건 결국 너가 해낸 거잖아 너니까 할 수 있었던 거야 너는 나잖아.
-너는 내게 선물이었어
3. 결말 - 진짜 나로 살아간다는 것
《낮과 밤이 다른 그녀》는 단순히 변신이나 이중생활의 신선함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실종된 이모의 이름을 빌려 살아야 했던 청춘, 그 이름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며 성장해 간 자아, 그리고 그 경계 위에서 진짜 자신을 선택한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는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이름으로 살고 있나요?”
낮의 내가 진짜일까, 밤의 내가 진짜일까? 그 어떤 것도 쉽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둘을 겪어낸 내가 진짜 나에 가장 가까워지는 법이겠죠. 드라마의 마지막, 미진은 더 이상 임순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바뀌지 않아도, 외모가 달라지지 않아도 나의 진심과 노력으로 세상에 설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