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SBS에서 방영된 감성 로맨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섬세한 배경을 통해 청춘의 꿈과 사랑, 그리고 현실과의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4수 끝에 음대에 입학한 늦깎이 신입생으로, 실기 꼴등의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가는 채송아와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깊은 내면의 고통을 안고 사는 박준영을 중심으로, 각 인물의 내면과 관계의 균열, 음악이 주는 위로가 조화를 이루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크레센도’처럼 점점 커지는 감정선을 따라 전개되며, 가장 작고 낮은 순간이 오히려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1. 음악을 향한 사랑해 도전하는 여자와 재능과 외로움 사이에 있는 남자
채송아는 명문 서령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4수 끝에 음대에 입학합니다. 이미 수년간 실력을 쌓은 동기들 사이에서 늘 실기 성적 꼴등을 면치 못한 송아는 재능이 없다는 시선과 자존감의 흔들림 속에 방황합니다. 특히 교수의 공연 총무로 활동하던 중 “넌 단원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정면으로 현실과 마주하게 되며, 바이올린을 포기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되죠.
그러나 재단 실장이 해준 한마디, “크레센도는 점점 커진다는 뜻이니까, 지금은 제일 작은 순간일 수도 있어요”라는 위로는 송아에게 전환점을 제공합니다. 그녀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꿈을 접지만, 음악을 향한 사랑을 잃지 않고 음악 기획자로서의 삶을 선택합니다. 그녀의 변화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방법’을 바꾸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는 단순한 진로 변경이 아닌, 자존감을 되찾고 삶의 방향을 주도적으로 정하는 그녀만의 성장입니다.
박준영은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입상한 천재 피아니스트지만 그의 화려한 이면에는 가정의 빚, 아버지의 문제, 끊임없는 연주 강요 등으로 인해 무기력하고 외로운 삶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는 늘 타인의 기대와 책임 속에 살아가며, 자신의 진짜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고 살다보니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자신의 욕망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준영은 바이올린 천재이자 재단 이사장의 손녀인 이정경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며, 그녀에게 애매한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경은 준영의 재능에 대한 질투와 사랑을 착각하며 그를 조종하려 하고, 준영은 더 이상 그런 관계에서 감정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 준영 앞에 송아가 나타나면서 그의 삶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송아의 순수한 감정과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준영에게 치유가 되었고 준영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면서 자신의 감정과 실패조차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는 콩쿠르를 포기하고,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연주하는 음악을 선택합니다. 송아를 위한 연주 ‘트로이메라이’를 다시 연주하며, 음악을 통한 감정의 고백을 시도합니다. 그녀를 향한 감정의 표현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순간이된 거죠.
이후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장면은 준영의 내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가 자주 걷던 이 길은 감정을 정리하는 공간이자, 송아에게로 가는 마음의 동선을 상징합니다. 조용히 혼잣말을 하며 감정을 정리하는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여전히 송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2. 깊은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진심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인물들 간의 감정선이 단순한 삼각 혹은 사각관계를 넘어서 심리적인 현실감을 바탕으로 얽혀 있다는 점입니다. 송아는 친구이자 바이올린 스승인 윤동윤을 오랫동안 짝사랑하지만, 절친 강민성과의 관계로 인해 끝내 고백하지 못하고 마음을 정리합니다. 결국 동윤에게 “좋아했었다”고 말하며 마음을 정리하게 되죠. 이처럼 그녀는 사랑 앞에서도 늘 조심스럽고,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반면, 정경과 준영, 현호 사이에는 수년간 얽힌 복잡한 감정이 존재합니다. 준영은 이사장의 손녀인 이정경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며, 그녀에게 애매한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경은 준영의 재능에 대한 질투와 사랑을 착각하며 그를 조종하려 하고, 준영은 더 이상 그런 관계에서 감정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현호는 정경을 향한 10년간의 짝사랑을 지속하지만 끝내 마음이 돌아오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하죠. 정경은 준영의 마음을 확인하려 그를 흔들고, 그 과정에서 송아와 준영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런 관계는 진심이 항상 전달되지 않는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줍니다.
결국 송아와 준영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정경이라는 존재와 각자의 상처로 인해 이별을 겪습니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이란 ‘같이 있는 시간의 길이’가 아닌, ‘서로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가’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송아는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고도 따뜻한 말로 준영을 감싸 안습니다.
“괜찮아. 그렇게 천천히 와도 돼. 나는 여기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무 아파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천천히 와.”
이 대사는 그 어떤 사랑 고백보다 강력한 위로이자, 박준영이 처음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괜찮아, 천천히 와도 돼”라는 말처럼, 기다림과 위로라는 감정의 깊이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인생이 가장 작고 어두운 순간이라면, 그 순간이 바로 크레센도, 점점 커지는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3. 결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꿈과 현실, 재능과 노력, 질투와 성장이라는 다층적인 감정선을 통해, 청춘이 겪는 혼란과 선택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특히 채송아라는 인물은 자존감의 바닥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로서, 많은 시청자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합니다.
드라마 속 가장 인상적인 대사처럼, 지금이 우리 인생의 ‘가장 작은 순간’이라면, 그 순간이 바로 크레센도가 시작되는 지점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전환점 앞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작품이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을 선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