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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줄거리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흐름

by bluestone52 2025. 4. 11.

드라마 〈안나〉는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절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사회적 욕망과 정체성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감정 여정을 정교하게 그려낸 심리극입니다. 주인공 이유미는 사소한 거짓말 하나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며, ‘이안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거짓된 성공을 추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안나의 줄거리와 함께 주인공의 감정선이 어떻게 시작되고 억제되며 결국 붕괴에 이르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이유미에서 이안나로 변신의 시작

이유미는 어릴 적부터 총명한 성격이었고, 외국인 선생님 캐서린에게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자신의 약점을 숨기라"는 조언을 받습니다. 이 말은 그녀의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고등학생 시절, 음악선생과의 연애가 들켜 서울로 강제 전학을 가고, 이후 수능 실패로 원하던 대학에 떨어지게 됩니다. 실망한 부모님 앞에서 유미는 ‘합격했다’는 첫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현실을 감추는 삶이 시작됩니다. 대학생인 척하며 하숙집 행사에 참석하던 유미는 서울대생 남자와의 유학을 계획하지만, 학력 위조가 들통나며 관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후 유미는 상류층 인물인 이현주의 여권을 우연히 갖게 되고, 그녀의 이름 ‘안나’와 배경을 빌려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안나’로서 학력과 경력을 꾸며나가며 성공적인 교수, 사회 명사로 살게 되지만, 이 모든 건 허위의 기반 위에 세워진 삶이었습니다. 이 시기 유미는 외면상으로는 차분하지만, 내면은 계속해서 감정을 억누르고 불안과 고립 속에 살게 됩니다.

2. 안나의 거짓 감정 속 생존

유미가 본격적으로 ‘이안나’로 살아가게 되는 계기는 마레 갤러리에서 일하며 이현주를 보좌하던 시기입니다. 이현주는 부유한 집안의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인물로, 유미에게는 박탈감을 심어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녀가 무심코 던진 여권 갱신 요청이 유미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열쇠가 된 것입니다. 이현주와의 계층 차이는 유미의 자존감을 짓밟았고, 유미는 학력을 위조해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이안나’로서 살아가며 유미는 성공을 얻지만, 감정은 더욱 말라갑니다. 명문대 교수, 정치가의 아내, 상류층의 삶을 살면서도 그녀는 늘 ‘들킬까’ 두려워하는 나날을 보냅니다. 남편 최지훈은 자수성가한 벤처 사업가로 정치권 진출을 노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유미의 모든 과거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를 이용하려 하고, 유미를 통제하며 점차 감정의 균열을 일으킵니다.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에도 유미는 그저 ‘안나’로서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병문안조차 가지 못합니다. 그녀의 삶에서 진짜 ‘유미’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고, ‘감정 없는 인형’처럼 보이던 유미의 내면은 외롭고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3. 감정의 폭발과 무너지는 끝

〈안나〉의 결말은 유미의 감정선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남편 최지훈의 정치적 위선과 인간적 배신, 자신이 만든 거짓 인생이 남긴 공허함이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최지훈의 부정부패와 위선을 담은 USB를 옛 친구 한지원에게 전달하며, 유미는 모든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려 합니다. 이는 복수라기보다는, 끝없는 거짓에서 벗어나려는 마지막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유미는 미국 정신병원에 자신을 가두려고 하는 최지훈과의 미국행에서 몸싸움 중 차량 사고를 나, 최지훈은 이 사고로 인해 숨지게 됩니다. 최지훈의 죽음조차도 유미에게 죄책감이나 슬픔보다는 해방감과 허무를 안깁니다. 이후 유미는 또 다른 나라, 낯선 시골 마을에서 또 다른 신분으로 숨어듭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여전히 진실되지 못하며, 또다시 위조된 감정과 신분으로 이어지는 순환 속에 놓이게 됩니다. 그녀는 치유되지 못한 감정의 잔재를 안고 살아가는, 끝없이 반복되는 ‘가짜 삶’에 갇히게 됩니다.

4. 결론: 안나가 남긴 감정의 흔적

〈안나〉는 단순한 신분 위조 이야기나 재벌가 스토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고통받는 한 여자의 감정선이 어떻게 억눌리고, 왜곡되며, 결국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드라마입니다. 이유미는 감정을 감춘 채 성공만을 쫓았지만, 결국 행복과 안정, 진정한 자신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는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진짜 자신의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혹시 유미처럼, 거짓된 이상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안나〉는 그 질문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거울이 됩니다.

 

나는 마음 먹은 건 다해요 문구 옆에 여자 주인공이 유니폼을 입고 전혀 어울리지 않은 빨간 구두를 만지며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