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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는 아닙니다만> 현대병에 걸린 초능력자들

by bluestone52 2025. 4. 7.

여섯개의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속에 복씨가족들이 얼굴을 조금씩 내밀어 바깥을 응시하고 있고 큰 드라마 제목을 배경으로 여주인공이 썬그라스 넘어로 앞을 주시하고 있다.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닙니다. 초능력을 가졌던 가족이 현대 사회에서 각자의 능력을 상실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의 깊이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복 씨 가족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구성과 도다해라는 인물이 이끄는 감정의 변화는 단순한 초능력 이야기를 넘어서, 현대인의 정신적 고통과 가족의 유대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공감을 얻게됩니다. 특히 각 인물들이 앓는 현대병은 단지 병리적인 설정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개인에게 부과한 짐을 상징하면서 시청자에게 힐링과 성찰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1. 복씨 가족의 초능력과 상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복 씨 가족은 한때 초능력을 지녔던 ‘히어로 가문’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압박과 각자의 상처로 인해 그 능력들을 하나둘 잃어갑니다.

복귀주는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소방관으로 일하던 중 아내를 잃는 사고를 겪으며 깊은 우울증에 빠져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현실을 회피하며 과거에 집착하거나 후회 속에서 사는 많은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귀주의 상실은 초능력을 잃었다는 점보다도, 삶의 방향성을 잃어버린 한 인간의 고뇌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다해와의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합니다. 그녀의 진심 어린 관심과 감정은 복귀주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다시 한번 삶에 책임을 지며 능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복만흠은 예지몽을 꾸는 능력을 가졌지만, 나이가 들며 불면증에 시달리고, 더 이상 꿈을 꾸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노년기의 외로움과 무력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가족을 위한 책임감과 상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내면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행 능력을 가졌던 복동희는 비만으로 인해 더 이상 날 수 없습니다. 이는 외모 강박, 사회적 기준, 자기혐오 등의 현대적인 압박과 평가로 인해 오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초능력 상실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복이나는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가졌지만,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두꺼운 안경을 방패로 능력을 스스로 억압합니다. 감정을 읽는 능력이 ‘치유’가 아니라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공감 능력이 오히려 개인을 파괴할 수 있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도다해는 사기 행각의 일환으로 복 씨 가족에게 접근하지만, 그 과정에서 복귀주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처음으로 진정한 애정을 느낍니다. 복씨 가족 또한 그녀를 통해 잊고 있던 감정을 되찾고, 서로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특히 도다해와 복이나의 교감은 극 중 시선을 모아주게 됩니다. 도다해는 감정을 억누르는 복이나를 천천히 이끌며, 그녀가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어린아이조차 마음의 짐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치유’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해지는지를 두 사람의 교감으로 목격하게 됩니다.

2. 도다해와 사기 가족

도다해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이후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백일홍이 이끄는 사기단과 가족처럼 지내게 됩니다.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서로를 부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백일홍은 도다해를 키우며 겉으로는 모녀 관계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그녀를 사기 행각에 이용합니다. 복귀주와의 사기 결혼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되었지만, 도다해는 점차 복씨 가족과의 유대를 통해 진짜 관계와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그녀로 하여금 진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또한 이 사기 가족 구성원들도 단순히 악역이 아니라, 각자 사연이 있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현실에 찌든 채 살아가며 ‘가족 흉내’를 내지만, 정작 마음속엔 진짜 가족에 대한 갈망이 존재합니다. 도다해는 복씨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진짜 관계를 알아가며, 백일홍과의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주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결국, ‘진짜 가족이란 피가 아니라 마음으로 연결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 유대는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가족 재결합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어떻게 다시 연결되고, 감정적으로 성장해 나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립니다. 줄거리는 그 감정선의 통로이며, 시청자는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감정의 깊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3. 결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단순한 초능력 판타지 드라마가 아닙니다. 현대인이 겪는 우울증, 불면증, 자존감 하락, 외로움, 상실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초능력 상실이라는 설정을 통해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압하기보다, 마주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복씨 가족이 초능력을 회복해 가는 여정은 각 인물들이 상실을 겪고도 서로를 통해 치유되고, 끝내 자신의 능력과 정체성을 회복하면서 진정한 히어로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를 치유하고 이해하는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시청자는 진정한 의미의 '초능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감정의 초능력을 되찾게는 계기가 되는 드라마가 됐으면 합니다.